최근 본원에서 탈모 치료를 시작한 한 젊은 여성 환자분이 갑자기 진료 요청을 하셨다.
“먹는 약을 변경하고 싶어서요. 저희 아버지도 여기서 약을 처방받고 계신데 굉장히 효과가 좋으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드시는 것과 같은 약으로 저도 처방해 주세요.”
여자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남성형 탈모 환자로서, 그가 처방받아 온 약은 남성형 탈모 치료의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피나스테라이드’ 성분 제제였다(피나스테라이드는 흔히들 ‘프로페시아’라 알고 있는 약의 성분명인데, 요즘은 동일한 성분의 복제약들이 많이 출시돼 꼭 프로페시아만 처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피나스테라이드보다는 프로페시아라는 이름을 훨씬 더 많이 알고 있기에 편의상 프로페시아라 통칭하겠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이 약을 그 여성 환자에게 처방해 주지 않았다.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이면서….
첫째, 이 여성의 나이가 젊고 향후 임신 계획이 있었다. 사실 프로페시아는 심각한 부작용이 거의 없는 매우 안전한 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되는 환자군이 있는데, 바로 임신 중이거나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다. 만약 태아가 남아일 경우 어머니가 프로페시아를 복용했을 때 아이의 성기 기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약의 깨진 조각을 만지기만 해도 피부로 흡수돼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남편이 약을 복용할 경우 중단할 필요는 없지만, 약을 쪼개서 먹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주의를 요하는 편이다. 따라서 임신 중이거나 임신 계획이 있는 가임기 여성에게는 탈모치료 효과와 무관하게 프로페시아는 무조건 금기다.
둘째, 탈모의 양상이다. 이 여성 환자는 가르마를 중심으로 머리숱이 줄어드는 전형적인 여성형 탈모의 양상이 나타났다. 그 모양이 마치 크리스마스트리 같다고 해서 흔히 ‘크리스마스 트리형 탈모’로 불리는 유형이다. 이렇게 남성형 탈모에서 보이는 전두부 탈모나 두정부 탈모 양상이 관찰되지 않고, 크리스마스형 탈모가 있을 경우 프로페시아를 복용하더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근거가 딱히 없다. 그렇기 때문에 여성형 탈모에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프로페시아는 무조건 효과가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여성이라 해서 남성형 탈모가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만일 여성임에도 남성형 탈모의 증상을 보인다면 프로페시아 복용이 효과를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남성형 탈모 증상을 보이는 폐경기 여성이라면 어차피 태아 기형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므로 의사의 판단에 따라 프로페시아의 처방을 시도해 볼 수 있다. 실제로 폐경기 여성에게 실시된 최근 연구결과를 보면 여성 탈모 환자들에게서도 프로페시아가 상당한 효과를 나타냈다.
모든 약은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보고 그 처방 여부를 결정한다. 따라서 믿을 만한 탈모전문병원에서 진료받고 있다면 의사의 처방이 본인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 방법이다.